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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생활

건축컨셉 / Architecture Concept

건축에서 가장 막막한 것.

그 이름하야 컨셉. 도대체 컨셉이 뭘까.

학교 다닐 땐 그리 어렵지 않았다. 컨셉. 사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아닌가. 건축 컨셉이라는 것에 대한 정확한 의미.

어떤 의미로서 컨셉을 만들어야 하는가.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닌 진짜 앞으로 건축설계를 이끌어나갈 흔들리지 않는 그 무엇.

설계의 근간이 되는 초기 단계. 이정도 수준으로 알고 있는 건축적 컨셉 잡기. 어떤 느낌으로 해결해야 할까.

 

회사에서 현상팀에 있다.

첫 사이트 답사후 어느 정도 인문학적 분석을 하고 난 뒤, 대략의 규모 검토 후 본격적인 디자인과 방향을 결정하는 단계에 이른다.

그때 등장하는 것이 컨셉.

"어떤 컨셉으로 할지 각자 생각해서 발표하도록"

사람마다 컨셉을 잡아가는 방향이 다르고 어떤 식으로 논리를 전개하는지가 다르다.

사실 컨셉이 어려운 건 설득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추상적인 것을 논리 정연하게 만들어 내야 한다. 굉장히 아이러니하지만

우린 해내야 한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것은 사고의 틀이 고정된 자들을 설득하는 것이다.

그들은 그들이 해온 방식 있다. 그러다 보니 그 방식이 아니라면 거부감부터 드는 것일까.

하나의 틀에 맞춰서 논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참 어렵고 사실 재미도 없다.

그냥 다양성을 가지고 그냥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지 찬찬히 들어보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후배들이 해온 것들을 보면 하나같이 다 좋은 생각들이 많다. 그것을 잘 끄집어 내주고

방향을 잘 이끌어주는 것이 선배들의 몫이 아닐까. 단순한 크리틱이 아니라, 그냥 잘못된 것을

고쳐주는 게 아니라, 같이 고민해주고,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주려는 노력이 모두에게

필요할 것 같다. 나 또한.

 

건축이라는 분야는 경험치가 쌓여 실력이 된다는 것. 늘 인정하고 고민하는 문제이지만

정말 초기의 아이디어, 대상지를 바라보는 관점, 이런 것들은 상사니까 더 잘하고

상사니까 이게 더 맞는 방향이고 하는 건 없는 것 같다. 

시작을 무엇으로 보느냐. 어떤 관점에서 시작했느냐. 단순히 이것을 바라봐 주면 좋을 것 같다.

사실 건축주를 설득할 때도 전반적인 역사적 흐름이나 사실, 특성보다는, 정말

단 한가지 사실, 꽂힌 그 무엇, 내가 대상지에서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 무엇.

그것이 설득의 메인 요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늘 고민해오면서 컨셉을 잡는 약간의 프로세스를 만들어 보자면.

1. 논리를 이끌어갈 지역적 현상
(인문학적,역사적 배경)

2. 이런 현상 속에서 내가 대상지를 바라보는
문제점 혹은 가능성

3. 문제점이라면 해결방안, 가능성이라면
개발방향.

4. 이를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Key Word.
(컨셉등장)

5. 이를 뒷받침해주는 사례.

 

 

<컨셉이란 무엇인가>

 

1번이 가장 중요한데 여기서 단 한 가지, 본인이 중요시하는 단 한가지 만으로 컨셉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사와 인문학과 지역적, 그리고 현재 상황 전부를

아우르는 게 있어야 한단다. 과연 내가 그것 전체를 아우르는 키워드를 잡아낼 수 있을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우리는 그런 교육을 받아왔던가. 혹은 그런 공부를 따로 해본 적이 있었나.

과연 학교에서 나는 무엇을 배웠던 것일까.

세계적인 어떤 건축가의 건물을 보면서 우와 멋지다.라는 감탄과 이런 건물이 있다는 

지적 상식을 쌓는 공부를 해봤지 왜 이렇게 했고, 개념은 무엇이고, 어떤 컨셉이고, 방향은

이러이러하다는 공부는 한 적이 없던 것 같다.

건축의 역사를 배웠고, 설계를 진행하는 방법을 배웠고, 법규와 구조를 공부했지만,

건축적 사고를 시작하는 프로세스, 그 방법론을 공부한 적이 없는 것 같다.

 

 

결국 건축을 잘하는 것은, 남을 잘 설득하는 것과 같다.

사실 디자인은 개인의 취향의 문제.

최소한 회사생활을 통해 하는 건축일은 설득에서 설득으로 끝난다.

나를 설득하고, 옆 상사를 설득하고, 후배들을 설득하고. 많은 설득의 과정을 거쳐

진화한다. 

내가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건축공부를 하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건축가 별로 건축을 하는 방식을 공부할 것 같다.

지적인 상식을 키우는 것보단,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방법론을 공부하는 게

앞으로 건축을 해나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흔들리지 않는 컨셉하나만으로 건축의 방향성을 확고히 할 수 있고

그렇다면 매번 있는 회의가 흔들리지 않고 달려갈 수 있다.

그럼에도 건축은 상황, 시간, 조건, 그리고 건축주의 마음가짐에 따라

항시 변화하는 변화무쌍한 예술산업의 분야이다.

그래서 건축은 어려운 것이고, 그것이 건축의 매력포인트이지 않을까.

쉽게 끝나지 않는 고민의 흔적들. 그 결과 알맹이를 들어내는 구축물.

알고 보면 이런이런 스토리가 있었다는 재밌는 이야기들을 내포하고 있는

건축물들. 이것이 힘들어도 건축을 계속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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