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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생활

대형건축사사무소 이야기

요즘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졸업할때만해도 졸업생이 지원할 수 있는 사무소의 갯수에 제한이 있었다.

아뜰리에의 경우는 해당사항이 없지만, 소위 말하는 대형사무소의 경우 학생 당 2곳에만 지원할 수 있었다.

같은 학교 이름으로나마 경쟁을 줄이자는 의도였지만, 실제 나와서 보니 그게 참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하는

생각이든다. 더 윗선에서 결정하는 사항들이야 알 길이 없지만,  학교가 같다는 이유로 두명 중 한명만 붙인다는

그런일은 없는듯하다. 

아무래도 교수님들의 입김과 인맥으로 학생들을 취업시킬 수 있는 염치와 한계 때문이 아닐까 싶지만 

이 또한 알 길이 없다. 나 또한 그런 혜택을 누린 학생이었을지는 모르지만 결국은 대형건축사사무소에

취업을 했고 지금까지 잘 버텨내고있다.

 

학생때 생각했던 것과 지금와서 바라보는 시각은 예상처럼 큰 차이가 있다.

회사를 다닌지 그리 오래되진 않았지만 지금 내가 바라보고있는 대형건축사사무소의 현장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1. 학생의 설계와 실무에서의 설계

학생때 대형설계사무소는 건축을 더 특별하거나, 조금 더 체계적인 방식, 다른 방식으로 진행할줄 알았다.

그래서 학생때 배우는 설계시간에서의 과정들과는 많이 다를거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우리가 배우는 방식대로

진행이 된다. 다만 조금더 분업화 되어있고, 팀웍이 존재할 뿐이다.

사이트답사를 가고, 사이트 분석을하고, 개인별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컨셉을 만들어 내고, 아이디어 뽑아내고

괜찮은 아이디어로 설계가 진행되는 방식. 설계시간에 우리가 진행하던 방식과 아주 비슷하다.

모형도 만들어보고, 다이어그램도 만들고, 전략을 세우고, 발표를 하고, 우리가 배워온 모든 과정하나하나가

프로의 세계에서도 녹아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실무에서는 전략을 세우는게 더 중요했다. 디자인은 결국 개인의

취향 차이가 있지만, 우리의 목표는 오직 건축주를 설득하고, 나의 논리로 끌어당기는 것이다.

사소한 하나하나, 정성들여 만든 다이어그램 하나보다, 전체를 아우를수 있는 컨셉, 그리고 논리적인 스토리전개

이러한 전략들이 더 중요했다.

학생때의 설계는 단순히 나의 학점과 연관되었지만, 실무에서의 설계는 돈이다. 회사의 생존과 연결되어있고,

우리의 월급이며, 회사의 자존심이다. 그러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의 관계가 얽혀있고, 많은 협업이 일어나며

때로는 비논리적인 방식으로 전략을 세우기도 한다. 

회사를 다니면서 그리고 디자인 팀, 현상설계팀에 있으면서 항상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나의 지적능력이다.

학교 다닐때 열심히 공부했던, 역사,철학과 관련된 인문학적 지식들이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다는 아쉬움.

이런것들이 사실 내 디자인에 대한 논리를 만들어 내고, 남들 설득시킬수 있는 타당성을 만들어 내는데

어느정도 뒷받침해주는데 그런것들이 기억이 안나거나, 무지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그것들을 왜 공부했어야 했는지, 왜 중요한 것들이었는지를 이제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다.

 

2. 수금의 딜레마

회사는 수주와 수금으로 매출을 산정하고, 운영비와 인건비를 제외하여 영업이익을 발생시킨다. 

수주는 현상설계와 수의계약으로 이루어지고, 이렇게 만들어낸 계약으로 설계가 진행되어 수금을 하게된다.

여기서 딜레마는 수금이다. 수금이 잘 안된다. 일은 하지만 수금이 안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건축주들이 일을 시키고

돈을 안준다. 이해할수 없는 부분이다. 식당에서 음식을 시켜먹고 돈도 안내고 그냥 나온다는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고 범죄라는 인식이 있는데, 건축계에서는 이런일이 비일비재하다. 

매월 본부회의에서는 팀장님들과 실장님들에게 수금에 힘써달라는 말이 나온다. 일을하고 돈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이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노력을 해야하는 것이 건축계인가보다.

회사는 매년 수주목표를 세운다. 대략 인당 3억선인거 같다. 작년한해 우리 본부는 수주목표액을 초과달성했지만

수금이 미달하여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다.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 지출되는 금액도 상상초월이고, 우리가 성과를 냈던

수주액또한 상상초월이다. 그럼에도 수금이라는 한계 때문에 우리는 늘 적자라고 한다. 

 

3. 말로만 듣던 현상설계

입사 후 신입사원교육을 받고 발령받자마자 현상설계 팀에 투입되었다. 시작단계는 아니었고, 제출일자가 코앞인

급박한 상황이었다. 어찌어찌 시키는 일을 수동적으로 해가며 밤늦도록 회사에서 포토샵을 했던 기억이 난다.

학생티 팍팍나는 상황이었지만 그당시 내가 보던 회사의 모습은 학생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결국 좋은 설계, 좋은 이미지를 만들고, 좋은 보고서를 꾸리기위해 이많은 사람들이 밤늦도록 열일중이었다.

다만 내가 당시 충격을 받은것은 바로 끝이없다는 것이었다. 학교에서는 적당히라는 선, 이만하면 됐다, 라는 나만의

선이 있었는데, 회사는 마감 시간이 바로 그 선이었다. 무한수정, 무한디벨롭이었다.

내눈엔 괜찮아보이는데, 수석님 눈엔 이상해보였고, 적당한 사례라는 무기는 사원을 깊은 수렁으로 빠뜨리는 단골 손님이었다. 과연 적당한 사례가 무엇일까. 

그런 시간들이 지나 5년차가 되었고, 조금은 빠르지만 적당한 기회에 과분한 과업을 떠맡아 후배들과 현상설계를 진행했다. 법규검토부터 일정관리, 프로젝트 성과관리, 협력업체 컨텍과 디자인 방향 설정까지 모든 과정을 진행했다.

검토건에서 하던 법규검토와는 그 무게감이 다르게 내가 이거하나 잘못하면 프로젝트가 날아간다는 중압감이 있었다.

선배들에게 물어가며 온몸으로 끌어갔고 마무리지었다. 그렇게 나는 한번의 경험치를 쌓았다.

건축은 배우는게 아니라, 경험치를 쌓아가는 거라고 했던 한 선배의 말처럼, 배움보다 경험을 통해 얻어가는 것이

중요했다. 이론이 아니라 실전이다.

대형설계사무소에서 진행하는 현상설계의 경우 외주가 대부분이다.

CG도 외주, 보고서도 외주, 패널도 외주, 왠만한 아웃풋을 만들어내는 것들은 전부 외주다.

우린 결국 그 외주 협력업체들과 협업하여 잘 관리하고, 전략을 잘 세우고 좋은 설계를 만들어 내는것에 집중한다.

타회사는 모르겠지만, 우리 회사의 경우, 모든 디자인은 대표단에 보고가 되고 함께 회의를 통해 최종안이 결정된다.

결국 회사의 이름으로 나가는 작품이기에 회사의 대표가 직접 관여한다. 이는 단점과 장점이 있는데, 단점이라면

의사결정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고, 장점은 대표의 결정이기에 최종결정안에 대한 책임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진다는 것이다. 대표라고해서 자신의 의견을 무조건 관철시키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다수결로 정하고, 어느정도의 코멘트

그리고 최종안에 대한 결정과 특이사항, 원하는 사항에 대한 코멘트 정도.

이러한 대표단과의 리뷰는 최종결정에만 국한되는것이 아니라 단계단 결정사항이 있거나 급박하게 의사결정이 필요한 경우 수시로 이루어진다. 이 큰 회사에서 이러한 단계가 있다는 것이 조금은 놀라웠다. 이런 시스템은 직원들에게

어느정도 책임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다양한 의견을 하나로 모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디자인 스터디>

4. 검토건

회사는 돈이 안되는 일들이 넘쳐난다. 그건바로 검토건. 말그대로 이땅에 이런것들좀 검토해주세요 하는 예비건축주의 요청이다. 이건 할말이 많다. 고로 다음에 정리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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