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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생활

건축사무소 직장생활

건축설계회사를 다닌다.

일반 회사보단 조금 더 전문적이고, 회사의 대부분의 동료들이 주로 같은 전공과 같은 교육을 받고 사회에 나왔다.

건축과 회사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 생각했던 학창 시절과 건축은 예술이라는 흔들리지 않는 소신을

갖고 있던 건축학도 티를 벗어던지며 어느덧 5년 차가 되었다.

 

학교에서 건축은 건축학과와 건축공학과로 나뉘며 건축학과는 건축설계를, 공학과는 시공을 주로 한다.

건축학과는 5년제, 건축공학과는 4년제이다.

5년제 건축학과를 나와 건축설계를 하고 있는 5년 차 직장인이다.

직장인이라는 단어가 익숙해지는 시기이다.

 

신입사원 때는 직장인이라는 단어가 어색했다. 나는 직장인이고 싶지 않았다.

우리에겐 건축하는 사람, 건축가라는 좋은 단어가 있었다. 뭔가 굉장히 전문적이고, 예술적인 감성이

묻어나는 고마운 단어였다. 

2년 차, 3년 차 때는 잘 몰랐는데, 어느 덧 선임/대리가 되고,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그들과 많이 멀어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라떼는 말이야를 시전 하진 않지만 그래도 뭔가 어색하고, 어려운 존재들이 되어간다.

지금 건축을 하러 들어온 신입사원들은 지금 본인들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건축사무소를 규모로 나눠본다면 대형 건축사사무소이다.

거의 1,000명의 직원이 일을 하고 있고, 건축물의 규모 또한 작지 않다.

그러다 보니, 이곳은 건축보단, 치열한 생태계이고, 사업이고, 전략이 필요한 공간이다.

어느 정도 예상을 갖고 들어왔겠지만, 소소하고 감성적인 건축을 하는 곳이 아닌, 거대하고, 큰돈이 오가고

기업들에게 하나의 사업 아이템으로 작용하는 건축을 하고 있다.

즉, 우리는 건축가보단 회사원에 가깝다. 일을 하며 월급을 받고, 누군가의 사업이 잘되고 도와주면서

우리의 기업이 성장하게 이바지하는 회사원. 이것을 깨닫는데 오래 걸린 거 같다. 지금도 항상 고민하며 살지만

결국은 우린 우리의 성장보단 기업의 성장이 우선시되어야 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우린 우리의 성장도 함께 이뤄내야 한다.

우린 결국 이 직장을 나가게 될 것이고, 무언가는 배우고, 얻고, 나가야 한다.

늘 고민하고 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직장생활을 해야 할지. 무엇을 배워야 하고, 어떤 것을 경험해야 할지.

 

<무기력한 회사생활과 눈치없이 예쁜하늘>

설계사무소 직장인 5년 차에 바라보는 개인의 성장에 도움되는 직장생활을 기록해본다.

 

1. 아침시간

출근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퇴근시간은 그때그때 다르다. 갑작스러운 일들, 늘 바쁜 설계 생활로

인해 퇴근시간은 참 고정시켜놓기 어렵다. 야근이 아니더라도, 늘 생기는 저녁 약속들,

지옥철, 꽉 막힌 도로로 인해 늦어지는 귀가시간 등으로 완전한 우리의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그래서 우리에겐 아침시간이 있다. 출근 전 한 시간. 아침의 한 시간은 저녁은 2시간, 3시간의 가치를 갖는다.

아침은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고, 시간의 결이 다르다. 오로지 나만의 시간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 시간을 확보해보자. 나에게 가치 있는, 내가 좋아하는 소소한 일들을 이 시간에 할 수 있다.

우리 회사의 출근시간은 8시 반. 나의 기상시간은 5시다. 직장과 집이 멀어 한 시간 반 정도의 출근시간이 걸린다.

그럼 7시 언저리까지 회사 근처에 올 수 있다. 7시부터 시작되는 나만의 시간이다. 뭐 대단한 것을 하는 건 아니더라도

하루를 남들보다 먼저 시작하고,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해본다. 책을 읽거나, 오늘 일들을 정리하거나,

뉴스를 보거나, 운동을 한다. 무엇보다 남들보다 열심히 살고 있구나라는 기분 좋은 성취감을 넣어준다.

그것만으로도 하루를 일찍 시작할 이유가 충분해진다. 

 

2. 출퇴근 시간

1시간 30분이라는 긴 출근시간에 정말 많은 것을 시도했었다.

무엇을 하며 보내야 내가 발전할까. 이 이른 아침시간에 우리의 적은 항상 잠이다.

지하철에 앉으면 두세 정거장 정도 고비가 찾아온다.

책도 읽어보고, 영어공부를 해보고, 테드 같은 영어공부용 유튜브도 시청해봤지만, 잠을 이길순 없다.

그 아침에 잠을 이길 수 있는 건 역시 자극적인 매체가 필요하다.

요즘 찾은 정답은 유튜브이다. 공부까진 아니지만, 요즘 유튜브엔 참 많은 교육적, 자기 계발용 콘텐츠들이 많다.

그것도 참 재밌게 설명하고, 흥미진진하다. 필요한 제품이 있다면 많은 리뷰 영상을 보면서 찾을 수 있고

매번 찾아봐야지 하면서 바빠서 넘어갔던, 다양한 정보들을 아주 재밌고 쉽게 배울 수 있는 매체이다.

 

3. 프로젝트 책임감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그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은 중요한 것 같다.

시킨 일을 잘해오는 사람과, 시킨 일에 더해서 해오는 사람이 있다.

직장인에게 사실시킨 일을 잘해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시킨 일도 제대로 못해온다면 

직장인이라는 타이틀마저 잃게 된다. 일을 받아서만 하다가 이젠 일을 주는 일들이 생기게 되니

참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선배들 눈에는 얼마나 잘 보였을까.

시킨 일 만 잘 끝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하는 사람과는 같이 일하기 불편하다.

딱히 시킨 것을 잘 해왔으니, 할 말은 없다만.. 그 시킨 일을 잘 끝내기까지 너무 불편하게 만든다.

본인일에 대한 수많은 질문과 얼른 끝내버리겠다는 마음가짐이 만들어 내는 불평들이 생겨난다.

모르는 것은 조금 찾아보고, 필요한 것은 본인의 생각을 더해서 오면 좋으련만

어찌 됐든 답을 주면 그 답에 맞게 식을 정리해 오겠다는 입장으로 일을 받는다. 

사실 우리의 일은 늘 답이 있다기 보단, 내가 모든 것을 생각할 수 없으니, 이것들을 같이 공유하고

생각해보자는 취지의 일들이 많다. 맡은 일을 잘 끝내겠다는 생각보다 이 프로젝트를 같이 잘 끝내겠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잘 끝내기 위해 여러 조각의 일들이 있지만 그 조각 하나만 보고

일하는 게 아니라 전체를 보고 여러 조각에 관여하면서 일하는 책임감.

누군가는 본인이 맡은 일에 더해서 다른 일까지 한다는 것을 호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은

그 사람이 호구라 서가 아니라 책임감이 강하다는 뜻이다. 우리에겐 이런 책임감이 필요하다.

 

4. 질문

직장생활에서 최고의 장점은 바로 나의 고민을 이미 경험한 선배들이 바로 옆에 있다는 점이다

그 사람의 성격이 어떠하든, 일하는 스타일이 어떠하든, 무슨 상관이랴. 건축은 역시나 경험치 싸움인 것을..

그들의 경험치는 우리는 뽑아내야 한다. 직접 경험하는 것만큼의 습득은 안 되겠지만, 그들이 가진

모든 것을 우린 다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그래서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많이 물어보고 습득해야 한다. 

바보 같은 상사가 있어도 그들을 무시하지 마시길. 순간순간 짜증 나고 한심해 보여도 

언젠가 그들의 경험치에서 나오는 아우리가 있다. 내가 미쳐 생각하지 못한 그 부분을 콕 집어 내더라.

생각보다 으른들은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먼저 말을 하진 않아도, 질문을 하면 참 잘 알려준다.

시시콜콜한 재미없는 이야기로 시간을 때우려 할 땐 차라리 내가 모르는 부분을 질문해서 그들의

경험치를 얻어가자. 

질문을 한다는 것은 또한 내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것이기도 하다. 질문은 관심의 표현이고, 

내가 발전하고자 한다는 의지를 표명이다. 꾸준한 질문과 공부는 내 이미지를 진중하게 만들고

언젠가는 본인을 인정하고, 배움의 의지가 많은 사원으로 인식하는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나부터 잘하자..기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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