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축 생활

건축사자격시험 후기2

1년간의 고생스러웠던 시간을 조금 더 기록하고자 두 번째 글을 쓴다.

지나고 보니 어떻게 그 시간들을 버텨왔나 생각되지만,

사실 누구에게나 그러듯 하루하루 그냥 바쁘게 살다 보니 후다닥 지나갔다.

12월의 작도수업부터 시작해서 8월 말 마지막 수업이 끝날 때까지 

그냥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던거 같다.

시험 보기 이틀 전 마지막 자습을 마치고 나오면서 들은

영훈쌤의 응원 한마디에 마음이 울컥해지는 시간들이었다.

 

누군가에게 몇 가지 팁이 될 수 있는 응원의 기록들을 남겨본다.

 

1. 공부시간.

처음 공부를 시작하면서 뭐 500시간이나 600시간이니 이 정도는 투자해야 합격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직장인이 500시간을 공부에 투자한다는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당연히 그렇듯 초반부터 달리는 사람은 없겠지. 

4개월 정도까진 그냥 주말에 학원만 다녔던 거 같다. 주중에는 과제만 끝내는 것을 목표로 공부했다.

내가 다닌학원은 1주일에 과제가 1개밖에 없어서 그렇게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4개월 이후부터는 일주일에 공부하는 양을 조금씩 늘려갔다. 분명 과제의 양은 똑같았지만

내가 스스로 정리하고 공부해야 하는 작업들이 필요했다. 이때부터 조금씩 기출들을

분석했던 거 같다. 개인적으로 분석과 정리를 많이 했다. 학원에서 처음 이론 시간에

분석해주고 과년도 별로 정리도 해주는데 사실 머리에 안 들어온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시험과 문제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하면 그때 비로소 과년도

기출 정리의 필요성을 느낀다. 어떻게 서든 과년도 별로 공통점을 찾고자 이것저것 많이 비교해보고

정리해보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시험이 임박하게 느껴지는 3개월 전 정도부터는 회사 끝나고 학원으로 직행해서 10시까지 

자습을 했다. 이때부턴 정말 시간이 더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많이 드는 시기다.

그래서 나는 아침시간을 활용했다. 출근 전 1시간. 1시간이면 생각보다 많은 내용을 정리할 수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아침시간이 효율이 좋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회사에 에너지를 빼앗기기 전에

사용하는 이 아침 1시간은 분석 조닝이나 구조 공부를 할애하기 딱 좋다. 시간이 그리 길지 않고

작도를 그렇게 필요로 하지 않는 시간. 정리와 암기 그리고, 이해하고 자료도 찾아봐야 하는 그런 과목에

할애했다.  전국 스타벅스는 오전 7시에 연다. 매일 아침 스타벅스 커피 한잔을 마시는 사치를 부리며

2층 아무도 없는 스타벅스를 내 작업실 마냥 사용할 수 있다.

16일의 연차를 오로지 공부를 위해 사용했다. 휴가는 당연히 없었고, 연차 쓰고 공부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견뎌내야 한다. 

<시험 직전 스케쥴관리표>

 

2. 오답정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오답정리 방식을 연구했다. 

처음에는 오답 오려 붙이기 신공이었다. 고등학생 때 많이 하던 노트 한 권에 오답을 오려 붙였다. 

왼쪽 페이지에 지문을 붙이고, 오른쪽 페이지에 내 오답과, 정답을 아래위로 나란히 붙였다.

생각보다 오답이 많아서 너무 두꺼워지고, 풀 때문에 노트가 부풀고 쭈굴 해진다.

그러다 보니 잘 안 보게 되고, 더러워지고, 그래서 다시 했다. 

클리어 파일 왼쪽에 A4로 지문과 풀이과정을 잘 정리해서 넣고, 오른쪽에 답안지를

축소 복사해서 넣는 방식. 우선 오답에서 내가 그린 답안지는 그다지 소용이 없다.

차라리 지문 요약을 내 손으로 한 번이라도 더 적어보고, 풀이과정을 쓱쓱 적어본다.

그리고 중요한 건 이슈사항을 정리한다. 이번 문제에서 메인 주제는 무엇인가.

무엇을 알았어야 했는가, 무엇을 물어보는 문제였을까 이런 것들을 나름대로 분석해서

적어두고, 나아중에 한 번에 모아서 싹 정리해보면, 대략 이런 것들을 물어보는구나,

이런 것들이 함정이구나 라는 개념이 서더라. 

특히 기출은 작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여러 번 작도 전 프로세스를 진행해볼 필요가 있다.

1교시 분석 조닝, 배치, 그리고 2교시 평면은 정말 여러 번 반복하면서 프로세스 익혀야 한다.

그래야 나만의 방식과 프로세스가 정립이 된다.

1교시의 경우, 지문 누락방지를 위해 나름의 1번부터 11번까지 번호를 붙여가며 지문을

정리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었고, 그것들을 계속 연습하면서 학원문제에 적용해가며

누락 없이 진행이 되는지 테스트도 해보면서 공부했다.

 

3. 아이템

건축사 시험의 꽃은 바로 아이템 장착

개인별로 만들어내는 자가 리폼 시스템이 역시 건축하는 사람들 답다.

많은 블로그에서 다양한 방식의 아이템을 소개하지만 역시 개인마다 다르다.

경험이 쌓이고 학원에서 고수님들의 아이템 리폼을 보면서 제작하면 된다.

하지만 내가 가장 신경을 많이 썼던 것은 바로 지우개.

워낙 성격이 급해서 한번 그리고 지우는 경우가 너무 많다 보니 지우개가 너무 중요했다.

 

<지우개 테스트>

정말 많은 지우개를 사서 써봤다. 

오른쪽에서 3번째 스테들러 지우개. 이거만 한 지우개를 못 봤다 아직. 

지우개 똥도 많이 안 나오고, 미끄러지지도 않고, 슬라이더 형식이라 더러워지지도 않고

아주 만족스럽게 사용한 지우개다.

 

<코링 템플릿>

그리고 템플릿.

템플릿은 작도 시간을 확 줄여준다. 

2교시 평면에서의 기둥 / 3교시 단면에서의 보

평면에서의 기둥은 모두가 당연히 사용할 만한 곳이고

3교시 단면에서는 은근 보 사이즈 잡기가 까다롭다.

사이즈를 재서 하자니 시간도 부족하고, 그래서 보는 저 가운데쯤 빨간 네모가

보 사이즈로 적당하다. 대략 축선 그리고 보 위치에 맞춰서 살짝 보를 그려준다.

작도 시간이 정말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줄어든다.

 

작도의 퀄리티는 정말 중요하지 않다. 결국은 완도의 싸움, 정확도의 싸움이다.

문제를 맞히는데 글씨체가 중요하지 않듯, 작도 퀄리티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진한선과 가는선 정도만 구분해주면 충분하다.

퀄리티보단 속도. 대충이라도 빨리 그리면 좋다. 오히려 작도 퀄리티 높이는 연습보다

빨리 대충 그리는 연습이 더 중요할 거 같다. 우리에겐 작도 말고도 공부할게 너무 많으니

그냥 대충 빨리 그리자. 

 

건축사 자격시험은 어찌 보면 체력과 멘털 관리, 그리고 꾸준함의 싸움이다.

기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얼른얼른 기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우리의 머리는 과거 사례로부터 적용이 빨리빨리 되도록 적응시켜 두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결국 시험장에서 마주하는 시험문제는 지금까지의 

공부를 허망하게 만들만한 처음 보는 문제일 테고, 우리는 그것을 누가 더

그럴듯하고 건축적이며 논리적으로 맞추느냐 인 거 같다.

아 논리적이라는 말을 하니 작년 시험 1교시 배치 문제에서

지문대로 해석하면 너무 다양한 답이 나올 수 있는 것으로 판단돼서

나는 내가 답을 이렇게 그린 이유를 간단한 설명으로 적었었다.

점수에 반영이 된지는 의문이지만.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 마스크에서 해방되는 평범한 행복을 누리길 바란다.

 

'건축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건폐율과 용적률 파악하기  (0) 2020.04.16
건축사무소 직장생활  (0) 2020.04.15
건축컨셉 / Architecture Concept  (4) 2020.04.13
대형건축사사무소 이야기  (0) 2020.04.07
건축사자격시험 후기  (8) 2020.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