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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생활

건축사자격시험 후기

2019년 11월 8일.  연차를 썼다. 늦잠을 자고싶었지만 그럴수 없었다.

전날까지 신경쓰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캠핑짐을 싸던 나는 눈뜨자마자 합격자명단을 확인한다.

최종합격. 연차를 쓰길 잘했구나. 너무 신나게 캠핑을 갈 수 있겠어.

 

어느덧 2020년 4월이 되었고, 3월14일 예정이던 건축사자격증시험은 코로나사태로 인해 연기되었다.

원래 매년 9월 한번의 시험을 치르던 건축사자격시험이 올해 처음 2회 시험으로 변경되자마자 이렇게 되었다.

공부를 하는 사람 입장에선 퍽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기록하고 싶었던 2019년의 시간을 늦게나마 기록해본다.

나는 작년 2019년 9월 첫 건축사자격시험을 치뤘다. 3년의 실무수련을 거치고 드디어 시험 자격이 주어졌다.

고3이후로 이렇게까지 공부를 한적이 있었던가. 그것도 주중엔 회사를 다니면서 출근전, 퇴근후, 주말을 온전히

공부를 하며 살았다.

혼자였다면 더 고통스러웠을 건축사시험을 회사동기들과 여자친구와 함께 준비했다.

그렇게 2019년 우리의 대화 주제는 온전히 건축사시험이 되었다.

건축사자격시험 공부를 하려고 하는 사람이 혹시 이글을 보게된다면 꼭 누군가와 함께하길 추천한다.

시험공부는 알다시피 정신력 싸움이기에 함께 싸워줄 친구들이 필요하다.

 

좁디좁은 학원에 옹기종기 모여 수업을 듣고 작도를 하고, 짧은 점심시간에 점심을 마셔버리고 커피까지 한잔하는

그런 여유를 부리며 거의 9개월의 학원 생활을 했다. 평소라면 주말이 기다려졌겠지만, 딱히 주말이 기다려지지

않는 회사생활을 했다.

 

애석하게도 2019년 첫 선임이 되던 나는 최고로 바쁜 회사생활을 보냈다.

제안서 및 현상설계를 6개나 하며 버텨냈다. 그 와중에 공부까지 하려니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공부할 시간은 누구에게나 부족하므로 전략이 필요하다. 교시별 전략이 중요하다.

 

1교시 분석조닝,배치 / 2교시 평면설계 / 3교시 단면 및 구조

 

3교시의 탈을 쓴 5과목. 총 9시간의 시험. 누가봐도 이건 전략싸움인거 같다.

공부를 해보면 알겠지만, 이 시험 과연 답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시험이다. 

인생에서 경험해 보지 못한 시험유형이라 더 힘들게 느껴졌던거 같다. 전략과 운이 중요한 시험이다.

운이야 평소에 착하게 살면 된다치고. 전략을 잘 세워야한다.

 

작년한해 나의 공부 전략을 기록해본다.

우선 3교시는 이상하게 어렵지 않았다. 결국 단면이라는게 작도시간싸움인데,

처음부터 어렵게 느껴지지도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이유를 잘 들여다보니, 나는 가단면을 그리지 않았다. 평면보고 대충 중요 요소들 정도만

스케치로 후다닥 그리고 바로 축열과 레벨선으로 넘어갔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가단면을 그리면서 20분 정도 소요하는 것 같았다. 뭔가 단면을 두번 그리는 기분이 들어서

성격급한 나는 바로 작도로 넘어가서 작도시간을 충분히 확보했다.

그리고 단면에 노트를 많이 적었다. 최소 5개 정도? 도면이 꽉 차보이는데 목표를 두었다.

실제 작년 시험에서도 노트를 엄청 적었던거 같다. 3교시라 손이 너무 아파서 샤프를 주먹쥐고 적었었다.

그리고 단면도 역시 암기가 필요하다. 기본적인 단면 상세나 마감두께, 계단 그리기 등은 기계적으로 할수 있도록

정리해서 암기했다. 우선 기출에 나왔던 상세와 기본단면 이슈사항을 쭉 정리하고 학원에서 나오는 문제들을 추가하며

정리했다. 기계적으로 그리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결국은 이 시험도 건축사 자격을 줄 만한가를 테스트하는 것이니에 나부터가 건축사 자격을 갖춰야겠다는

마인드가 중요한거 같다. 암기할때도 무작정 외우는게 아니라, 실제 시공이 이렇게 되는지, 구체방수는 왜하는지

유압식 엘레이베터는 무엇인지 등 많이 찾아보고 기본상식을 갖추려고 했다. 결국은 이런것들을 다 노트란에

적을 수도 있어서 괜찮은 공부방법인것 같다. 

<단면설계 기출정리>

1교시 분석조닝 및 배치는 가장 어려운 과목이었다.

주어진 3시간 동안 분석조닝 1시간, 배치 2시간에 끝내야한다. 근데 둘다 어렵다.

배치는 공부 막판에서야 감이 오더라. 배치는 많이 푼다고 되는게 아니라

정리를 잘해야한다. 기출별로 보차분리인지 통합인지, 분리인경우 주차장 몇개인지

서로 연결은 되는지 등등을 기출별로 쭉 정리해보고 학원에서 주는 새로운 유형이

나올때 마다 추가해서 정리를 하면 머릿속에 첫단추는 잘 끼워지는거 같다.

처음에는 이런 기본적인 정리없이 냅다 문제만 풀었는데 결국 감도 잘 안오고

운이 좋으면 맞고 대부분 틀리고 이 상태를 반복하는거 같다. 

결국 차도와 대략의 영역을 맞추는게 중요한 싸움이다.

 

<배치 기출정리>

분석조닝은 나름의 프로세스를 만들어야한다. 문제를 받자마자 지문을 보면서

개인이 정한 프로세스에 따라 정보들을 정리한다. 나는 11가지 프로세스로 정리했고

1. 대지면적, 2.기본이격, 3.1층레벨 ....11. 주차장 이런식으로 정리해서 문제풀때

프로세스대로 하나씩 적용한다. 이렇게해야 빠뜨리는 정보없이 문제를 풀수 있다.

공부를 하다보니 지문누락이 가장 많은게 분석조닝 인것 같다.

 

솔직히 운도 많이 따라야하는 시험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점수를 받는 사람들도

많고,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는 시험이고, 답이 없다보니 맞는지 틀린지 알 수가 없다.

결과적으로 나도 합격을 했으니 이것을 수기랍시고, 글을 기록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작년한해 나의 생활을 기록하려했지만 자꾸 합격수기가 되어버린다.

 

학창시절 말로만 듣던 건축사가 되었다. 아직 할줄 아는 것도 없는데 일단 자격증이 생겼다.

꼼지락 꼼지락 회사를 나와 이제 내 일을 할 수 있는 자격은 주어졌는데, 용기가 없네 아직.

아직 건축이 어떤것인지 모르겠다만 그냥 삶을 이롭게해주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

그것이 건축이 될지, 공간이 될지, 사물이 될지 모르겠지만, 무언가를 생산해내고

소비자는 그것을 이롭다고 느끼는 그 무언가. 생산자의 편에 서고 싶어진다.

 

<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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