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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생활

시안가족추모공원

우리 나라 님비현상의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인 납골당.

언제부턴가 납골당이란 단어보단 추모공원이라는 이름으로 그 분위기를 쇄신하려 하고 있지만

단어 하나만으로는 쉬운일이 아니다.

단어에 걸맞는 공원화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최소한 주변 거주민들에게 거부감이 들지 않는 공간이 필요할거 같다. 하지만 프로그램적 특성 때문인지
가족들이 모이고. 아이들이 뛰놀고. 많은사람들이 쉬러 오는 그런 공원을 만들기는 어려웠던 걸까. 이곳또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공원의 모습은 아니었다.
정적이고. 고요하고. 가족을 추모할수 있는 그런 공간이었다. 공간의 모습은 상당히 매력적인 구성이었다. 단순히 멋진 건물에 돈을 투자하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자연과 어우러지고. 조금은 감성적인, 그리고 프로그램적 특성을 극적으로 살리는 그런 모습으로 앉아있었다.
일반적인 납골당 처럼 건물에 봉안함을 모시는게 아니라 경사진 대지 사이사이에 봉안함을 외부에 배치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람은 결국 땅으로 돌아간다는 사상을 건축적으로 표현한 걸까.

승효상 건축가의 시그니처 재료. 내후성 강판이 잘 어울리는 그런 곳이었다. 이 재료는 건물의 외장재보단 대지를 나누고 공간을 나누는 분절하는 담으로서 역할을 할때 자연광, 다른 자연적 요소와 함께 그 진가를 발휘하는 것 같다.

 

이곳의 이름은 '천의 바람'

천개의 바람이다. 이곳에 있는 만 명의 삶이 죽음으로 모여있는 곳에서 건축가는 인디언의 '천개의 바람'이란 노래에서

영감을 얻었다.

 

"내 무덤 앞에서 울지마오

나는거기에 있는게 아니라오

나는 잠들지 않소

 

나는 천의 바람, 천의 숨결로 흩날린다오

나는 눈위에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나는 무르익은 곡식 비추는 햇빛이며

나는 부드러운 가을비라오.

 

당신이 아침소리에 깨어날때 

나는 하늘을 고요히 맴돌고 있다오

나는 밤하늘에 비치는 따스한 별이라오......

......................... "

 

이 시를 찾아보고 이 공간이 더 의미있게 다가왔다.

이런 시를 공간으로 표현하려고 한 건축가의 상상과 고민이 아름다웠다.

결국 이곳은  죽은자에 묻혀있는 곳이 아닌, 남아 있는 산자와의 기억이 머무는 공간이다.

기억을 마주하러 오는 공간은 침묵이 있고, 고요함이 있고, 순간의 따스한 풍경으로 존재한다.

 

 

 

 

 

천의 바람 첫 시작은 물의 공간으로 시작한다.

소중했던 자를 만나러 가기전 마음을 정화하고, 고요하고 차분하게 세상과 멀어지는 공간이다.

높은 담을 둘러싸인 이 공간은 세상과 단절되고, 새로운 세계로 입장하는 느낌을 준다.

담은 시선의 차단 뿐만아니라, 소음의 차단, 그리고, 바람의 차단, 하지만 햇살을 더 극적으로 드리우는 효과를 준다.

이로써 모든 것으로부터 멀어지지만, 하늘과는 가까이 하게 된다. 

 

 

 

 

 

 

추모공원의 역할과 기능을 건축가가 고민한 방식으로 만들어낸 공간이었다.

공원이라는 누구나 상상되는 그런 이미지의 공간이 아니라, 추모공원은 어때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세상과의 단절, 새로운 세계로의 출입을 보여주며, 누구에게나 열린 친근한 공간이 아닌, 기억의 장소로서

죽은자와 산자를 연결해주는 추상적인 공원의 모습이다.

거친 노출콘크리트와 대비되는 내후성 강판은, 이 세계와 바깥 세계를 구별지어주는 새로운 역할을 하고 있다고도

느껴진다. 

 

설계를 시작할때 컨셉을 잡는다면, 현재 사이트의 특성이나 대지가 가진 인문학적 분석들을 가지고 컨셉을 도출해낸다고만 생각해던 나의 작은 사고를 뒤집는 사례가 되었다.

오로지 프로그램적인 특성, 그리고 그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건축가의 사고방식, 그것이 사이트적인 특성과 어떻게

어울릴지를 고민한 새로운 건축이었다.